이번에 소개할 책은 스토너입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고전 혹은 베스트셀러들과 다른 특별한 길을 걸어 우리에게 온 작품입니다. 스토너는 존 윌리엄스의 작품으로 1965년 출판됐습니다. 하지만 1년 만에 절판됐습니다. 이후 잊힌 작품이 되었다가 2010년대 유럽 전역에서 재출간되며 역주행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관심을 갖고 있던 여러 비평가들과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추천사를 보면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져서 찾아보게 됐습니다.

 

이 책은 윌리엄 스토너라는 인물이 걸어온 평범한 삶을 오랜세월 지켜보는 느낌의 작품입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영문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스토너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이면서 또한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특별한 인물로 그려집니다. 고전의 가치가 현재 우리에게도 이어지는 메시지와 울림이 있다는 점이라고 봤을 때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고전(古典)입니다. 

 

1. 본문 요약

 

1) 문학과의 조우 : 첫만남의 설렘을 이토록 따뜻하게 적어낼 수 있을까

 

그가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스토너 군.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 윌리엄 스토너는 자신이 한참 동안 숨을 멈추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부드럽게 숨을 내쉬면서 허파에서 숨이 빠져나갈 때마다 옷이 움직이는 것을 세심하게 인식했다. 그는 슬론(지도교수)에게서 시선을 떼어 강의실 안을 둘러보았다.

 

창문으로 비스듬히 들어온 햇빛이 동료 학생들의 얼굴에 안착해서, 마치 그들의 안에서 나온 빛이 어둠에 맞서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한 학생이 눈을 깜빡이자 가느다란 그림자 하나가 뺨에 내려앉았다. 햇빛이 뺨의 솜털에 붙들려있었다.

 

2) 슬픔에 대한 직면 : 그 슬픔을 이해하는 것에 대한 슬픔이라는 아이러니

 

모든 사람이 어느 시기에 직면하게 되는 의문인 것 같았지만, 다른 사람에게도 이 의문이 이토록 비정하게 다가오는지 궁금했다. 이 의문은 슬픔도 함께 가져왔다. 하지만 그것은 그 자신이나 그의 운명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일반적인 슬픔이었다(그의 생각에는 그런 것 같았다).

 

문제의 의문이 지금 자신이 직면한 가장 뻔한 원인, 즉 자신의 삶에서 튀어나온 것인지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는 나이를 먹은 탓에, 그가 우연히 겪은 일들과 주변 상황이 강렬한 탓에, 자신이 그 일들을 나름대로 이해하게 된 탓에 그런 의문이 생겨난 것 같았다.

 

그는 보잘것 없지만 지금까지 자신이 배운 것들 덕분에 이런 지식을 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우울하고 역설적인 기쁨을 느꼈다. 결국은 모든 것이, 심지어 그에게 이러한 지식을 알려준 배움까지도 무익하고 공허하며, 궁극적으로는 배움으로도 변하지 않는 무(無)로 졸아드는 것 같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3) 삶이란 홀로 걸어가는 길 : 무엇을 위해서 걷고 있을까?

 

이디스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그녀를 부르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죽음은 이기적이야. 그는 생각했다. 죽어가는 사람은 혼자만의 시간을 원하지. 아이들처럼.

 

그는 다시 숨을 쉬었지만, 그의 몸 안에서 뭐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는 차이가 느껴졌다. 자신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지식 같은 것을, 세상의 모든 시간이 자신의 것인 양 느긋해도 될 것 같았다.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렸고, 그들이 사라진 뒤에도 오랫동안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한 여름날 오후에 어딘가 멀리서 아무것도 모른 채 터뜨리는 웃음소리.

 

넌 무엇을 기대했나?

 


2. 소회_생각의 정리

 

궁핍한 삶을 살며 영문학을 전공하다가 한평생 교수의 길을 걷게 되는 윌리엄 스토너. 겉으로 보기에는 지금의 관점에서 성공한 인생 같지만 대학과 가정에서 끝없는 갈등을 겪어나갑니다. 지금 바로 옆에서도 일어날 것 같은 문제들을 무덤덤하게 헤쳐나가는 그의 삶을 지켜보면 안타까우면서도 견뎌낸 세월의 무게에 숙연한 기분이 듭니다.

 

긴 호흡으로 스토너와 이디스, 캐서린, 그레이스의 삶이 펼쳐지는데 작가는 이들의 굴곡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면서 인생을 성공과 실패, 행복과 불행으로 구분 지을 수 있는지 묻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의 이야기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작품입니다.

 

셰익스피어와 스토너 그리고 지금의 우리를 향해 이어지는 시간. 약 1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뛰어넘어 윌리엄 스토너의 삶이 생생하게 읽히는 이유는 결국 우리 모두 같은 시간, 즉 끝이 있는 시간 속에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스토너가 삶의 마지막에서 전하는 역설적인 기쁨이 묵직하게 와닿는 작품입니다.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면서 살아가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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