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번 포스팅에서는 리처드 도킨스가 집필한 이기적 유전자의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하고 주제 별로 생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작가의 다른 작품인 확장된 표현형과 눈먼 시계공을 함께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리처드 도킨스가 집필한 이기적 유전자는 1976년 초판이 발간됐고, 2016년 40주년 기념판이 나왔습니다. 작가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자신의 동물행동학 연구를 진화의 역사 중 유전자가 차지하는 중심적 역할에 대한 넓은 이론적 맥락과 연결시켰습니다.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다윈의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유전자 단위로 분석하고 풀어냈습니다.

 

단순하게 이론적 설명에만 그치는 책이었다면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읽히는 작품이 될 수 없었을 텐데요, 리처드 도킨스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함께 던지면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이 책은 단순하게 과학서적으로 분류할 수 없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언젠가는 한 번쯤 꼭 읽어야 하는 책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습니다.

 

1. 유전자 기계인 우리, 하지만 밈이 인간의 이기성에 대항하는 법

 

유전자 기계로서의 우리는 3세대가 지나면 잊히고 만다. 후세는 어딘가 우리와 닮은 점이 있긴 하겠지만 세대가 지날수록 유전자 기여도는 반감된다. 번식이라는 과정 속에서 불멸을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문화적 특성인 밈은 우리의 유전자가 공통의 유전자 풀(pool) 속에 용해되어 버린 후에도 온전히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른다.

 

소크라테스의 유전자 중에서 오늘날 이 세상에 남아있는 것이 과연 하나라도 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에도 소크라테스, 레오나르도다빈치, 코페르니쿠스, 마르코니의 밈 복합체는 여전하다.

 

우리가 비록 어두운 쪽을 보고 인간이 근본적인 이기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고 해도 우리의 상상력을 통해 장래의 일을 모의실험하는 능력이 맹목적인 자기 복제자들의 이기성으로 인한 최악의 상황에서 우리를 구해줄 것이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낳아준 이기적 유전자에게 반항하거나, 더 필요하다면 우리를 교화시킨 이기적인 밈에게도 반항할 힘이 있다.

 

순수하고 사욕이 없는 이타주의라는 것은 자연계에서는 안주할 여지도 없고, 전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존재한 예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의식적으로 육성하고 가르칠 방법도 논할 수 있다.

 

우리는 유전자의 기계로 만들어졌고, 밈의 기계로서 자라났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우리의 창조자에게 대항할 힘이 있다. 이 지구에서 우리 인간만이 유일하게 이기적인 자기 복제자의 폭정에 반역할 수 있다.


이기적 유전자의 산물인 우리 인간에게 맞설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밈의 창조성을 이어받은 우리 인간뿐입니다. 유전자를 전달하는 도구인 우리는 200년도 채 넘기지 못한 채 지구에서 영영 사라져 버리지만, 밈의 전달자로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본능적인 이기심의 추구로 인해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점점 더 냉혹해지고 파괴되는 중입니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본질적 가치와 창의성을 추구하는 밈의 발전과 계승일 것입니다.


2. 확장된 표현형 : 형상은 행동을 조절하고 세계의 크기 또한 변화시킨다

 

어떤 경우에라도 한 유전자가 표현형에 미치는 영향은 그 유전자가 스스로를 다음 세대 속으로 밀어 넣기 위한 도구이다. 그 도구는 생물 개체의 체벽 바깥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전자가 자신이 들어앉아 있는 생물체 바깥 세계에까지 확장된 표현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행동은 그 행동을 하는 생물의 내부에 있거나 없거나에 상관없이, 그 행동을 담당하는 유전자의 생존을 극대화하는 경향을 가진다.

 

병목형 생활사와 개별적 생물 개체는 상호발전을 이끈다. 생물 물질이 개별적 단위의 생물 개체(생존 기계, 인간) 속에 포장이 되고, 그 생존 기계의 세포들은 자신들의 공통 유전자를 병목을 거쳐 다음 세대로 옮길 운명을 타고난 특별한 부류의 세포를 위해 점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한쪽이 진화하면 그것이 다른 쪽을 더욱 강화시킨다.

 


만약 우리 인간이 유전자라는 액체를 보관하는 유리병이라면 그 유리병 자체를 강화시킬 뿐 아니라 유리병이 보관되는 장소, 운반되는 매개체, 그 일이 일어나고 있는 시간에 존재하는 세계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세포로서 인식되고 있는 '유전자'가 무형적인 '확장된 표현형'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3. 불멸의 자기복제자

 

모든 생명의 원동력이자 가장 근본적 단위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다. 우주에서 자신의 사본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든 자기복제자다. 최초의 자기 복제자는 작은 입자들이 우연히 마구 부딪혀서 출현한다. 자기 복제자가 일단 존재하면 그것은 자신의 복사본을 한없이 만들어낼 수 있고, 시간(몇 십억 년 정도)이 지남에 따라 세상은 가장 강력하고 재주 있는 자기 복제자로 채워진다.

 

지구 상의 생물이 진화하는 과정 중 어느 시점에선가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자기 복제자가 모여 개체적 운반자(세포, 그리고 이후에는 다세포 생물체)의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병 목형 생활사를 가진 운반자(예 : 인간)가 번성하게 되었고, 우리는 이 개별 운반자를 중심으로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생물 개체보다 자기 복제자가 우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오늘날에도 한 유전자가 표현형(예 : 문화)에 미치는 효과가 모두 그것이 위치하는 개체의 몸속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세상에 있는 대상물은 여러 생물 개체 속에 들어앉은 여러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력의 그물이 합쳐지는 지점이다.

 

세상 전체가, 멀거나 가까운 표현형에 미치는 유전자의 영향을 잇는 인과의 화살로 가득 차 있는 셈이다. 그리고 우연이라기엔 실제적으로 중요하고, 필연이라 하기엔 이론적으로 불충분한 사실은 이들 인과의 화살이 뭉쳐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뭉쳐진 자기 복제자가 표현형에 초래하는 결과는 대개 생물 개체에 응집되어 있다.

 

그러나 이 지구에서 우리에게 낯익은 개체라는 존재가 반드시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우주의 어떤 장소든 생명이 나타나기 위해 존재해야만 하는 유일한 실체는 불멸의 자기 복제자뿐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론적으로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한 엄청난 우연과, 역설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필연의 어딘가에서 생겨났습니다. 우리는 인간 중심적인 세계관에서 태어나 성장하면서 오직 인간만이 지성을 갖고 유전자를 발전시키며 확장시킬 수 있다는 생각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 복제자는 인간(생명 개체)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존재하며 반드시 그 형태여야만 할 이유도 없습니다. 또한 그 형태가 아니었던 시간이 훨씬 더 깁니다.

 

이는 제가 생각한 시간적 개념을 아득히 초월해 아주 먼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며, 형태에 대한 인식 또한 바꾸게 해 줬습니다. 이 광활한 세상(우주) 속 구성원으로 존재하는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또 수십억 년의 시간과 셀 수 없는 우연을 거쳐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사실이, 놀라움이라는 한 개의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전해줍니다.


 

 

 

반응형
  •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