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위대한 설계로부터 비롯된 우리 우주
스티븐 호킹이 집필한 시간의 역사를 읽고 난 뒤 그의 후속작인 위대한 설계를 읽어야 겠다는 생각을 가졌으나 이렇게 빨리 읽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전체 8개의 장으로 구성돼있는 이 책은 시간의 역사와 마찬가지로 차근차근 그가 가진 우주의 생성원리에 대한 생각과 그에 대한 논지를 차례대로 펼쳐 보여줍니다.
이후 인본원리, 생명게임, 자아의지 등에 관해 설명하며 우주는 어떻게 비롯되었으며, 우리 존재의 탄생에는 어떤 행운이 함께 했는지에 대해 철학적으로 탐구합니다. 비록 몸은 자유롭지 못했지만 생각만큼은 지구상의 어떤 인류보다 자유로웠던 사람. 위대한 설계에서 나타나는 그의 생각을 살펴보고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2. 위대한 설계 주요 내용 요약 및 필사
91p. 모든 가능성을 가진 자연, 우주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우리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소유하고 우리의 계산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물리적 과정들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정확하게 결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연은, 어떤 시스템의 초기 상태가 주어졌을 때, 그 시스템의 미래 상태를 근본적으로 불확정적인 과정을 통해서 결정한다.
바꿔 말하면, 자연은 심지어 가장 단순한 상황들에서도, 과정이나 실험의 결과를 명령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연은 제각각 실현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다양한 경우들을 허용한다.
양자물리학은 자연이 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된다는 생각을 위태롭게 할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양자물리학은 새로운 형태의 결정론을 향해서 우리를 이끈다. 그 결정론에 따르면, 어떤 시스템의 특정 시점에서의 상태가 주어지면, 자연법칙들은 그 시스템의 미래와 과거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래들과 과거들의 확률을 결정한다.
📖193p. 인본원리_가시적인 기적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특징들을 제한한다. 생명의 존재를 허용하는 행성에 사는 존재들이 자신들 주위의 세계를 조사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환경이 자신들이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들을 갖추었음을 발견할 수밖에 없다. 이 원리는 약한 인본원리라고 한다.
그리고 지구 궤도의 모양, 태양의 질량 따위의 인본적인 행운들을 일컬어 환경적인 행운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우리의 주변세계에서 유래한 것들이지, 근본적인 자연법칙들에서 유래한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주의 현재 나이도 환경적인 행운이다. 우주의 역사에는 현재보다 더 이른 시기도 있었고 더 늦은 시기도 있을 테지만, 현재가 생명에게 우호적인 유일한 시기이므로 우리는 이 시기에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한 인본원리와 다르게 더 강한 인본원리가 있다. 이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우리의 환경뿐만 아니라 가능한 자연법칙들의 형태와 내용까지도 제한한다고 주장한다. 이 원리는 우리의 태양계가 지닌 특징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우주 전체가 지닌 특징들도 인간의 발생에 우호적인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 원인이 되어 제기되었다.
인간과 같은 생물이 존재하려면 우선 탄소가 별의 내부에서 나와 더 온화한 환경으로 이동해야 한다. 그 이동은 별이 생애를 마치면서 초신성 폭발이 일어날 때 이루어진다. 초신성은 탄소를 비롯한 무거운 원소들을 뱉어내는데, 그것들은 나중에 행성의 재료가 된다. 이런식으로 탄소가 형성되는 과정을 일컬어 삼중 알파 입자 반응이라 한다.
오늘날에는 삼중 알파 입자 반응의 속도가 자연의 근본적인 힘들의 강도에 따라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려주는 컴퓨터 모형을 만들 수 있다. 그런 모형에 기초한 계산 결과들을 보면, 강한 핵력의 강도가 겨우 0.5% 다르거나 전기력이 겨우 4%다를 경우, 모든 별의 내부에서 탄소가 거의 전부 사라지거나 산소가 전부 사라지고, 따라서 우리가 아는 생명의 가능성도 사라진다. 강한 핵력이나 전기력의 지배하는 법칙들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우리가 존재할 가능성은 사라진다!
우리의 존재를 위해서 적당히 조정되어야 하는 것은 강한 핵력과 전자기력의 강도만이 아니다. 우리의 이론들에 등장하는 근본적인 상수들의 대부분은 만일 그것들이 약간이라도 변경되면 우주가 질적으로 달라지고 많은 경우에 생명의 발생에 부적합해진다는 의미에서, 정밀하게 조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24p. 자유의지_위대한 설계
1970년 케임브리지 대학의 수학자 존 콘웨이가 발명한 생명게임을 이용해 스티븐 호킹은 게임 내 세계처럼 단순한 규칙들을 지닌 우주가 복제 능력을 지닐 정도로 복잡한 대상들을 허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본다. 그리고 콘웨이의 생명게임은 매우 단순한 법칙들의 집합조차도 지적인 생명의 특징들과 유사한 것들을 산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생명게임처럼 우리 우주의 법칙들은 어떤 특정한 시점에서 시스템의 상태가 주어졌을 때에 시스템의 진화를 결정한다. 그리고 호킹은 시스템의 상태 요인으로 에너지와 중력을 통해 우리에게 우주의 탄생을 설명한다.
별이나 블랙홀 따위의 물체들은 무로부터 그냥 생겨날 수는 없다. 그러나 우주 전체는 그럴 수 있다. 중력은 공간과 시간의 모양을 결정하므로 시공이 국소적으로는 안정적이 되고 광역적으로는 불안정적이 되는 것을 허용한다. 우주 전체 규모에서 양의 물질 에너지는 음의 중력 에너지와 균형을 이룰 수 있고, 따라서 우주 전체의 창조엔 제약이 없다.
중력과 같은 법칙이 있기 때문에 우주는 무로부터 자기 자신을 창조할 수 있고 창조할 것이다. 자발적 창조야말로 무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있는 이유, 우주가 존재하는 이유,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도화선에 불을 붙이고 우주의 운행을 시작하기 위해서 신에게 호소할 필요는 없다.
3. 위대한 설계_독서 후기
직전에 읽었던 <시간의 역사>가 '짧고 쉽게 쓰여졌다'라는 것에 의문을 가진다면 이 <위대한 설계>를 읽어봐야 합니다. 전체 8개의 장으로 나뉘어진 이 책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촘촘한 짜임새를 갖고 있어 차례대로 읽어나가다 보면 스티븐 호킹이 우주의 탄생과 관련해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위대한 설계'를 통해 만들어진 우주와 우리 존재 근원에 대해 알아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탄생한 우주와 인간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무엇을 목적으로 태어났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게 하는 과학적이자 동시에 무척 철학적인 작품입니다. 보다 깊이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우주와 존재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넓혀준다고 생각해요. 단 갑자기 스스로 찾아봐야지라는 생각이 든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추천으로 읽기 시작했다면 그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 책을 읽게 한건지에 대한 끝없는 의문이 머리속을 가득 채울 것 같습니다.
책의 대부분 내용들이 유기적으로 얽혀있어 어느 한부분만을 떼내 그의 문장이 이렇다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스티븐 호킹은 이 책에서 'A는 ~하기 때문에 B다'를 설명하는데 'A는 ~하기 때문에'가 약 226페이지 까지의 내용이고, 'B다'(그래서 우리 우주 전체의 창조에는 제약이 없으며, 자발적인 창조로 우주는 생겨났다. 우주의 창조에 신은 필요 없었다.)는 딱 한장으로 마무리 되기 때문인데요.
저는 종교적 세계관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책의 주장이 크게 문제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의 책이 발간 됐을 때 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하는 등 엄청난 영향력과 파문을 일으켰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코스모스처럼 친절한 천체물리학 안내서적인줄 알고 읽기 시작했던 예상은 무척 빗나갔지만, 기독교적 창세기 세계관으로 평생을 살아온 서구권 사람들이 아니면 그의 주장은 그렇게 충격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생명과 우주 만물에 대해 평소 왜?라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면 다른 의미로 꽤 충격적인 내용인 책이었어요. 여기까지 스티븐 호킹의 위대한 설계를 읽고 적은 독서 후기&요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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